![]() ▲ 유영규 대표 변호사 (제공 = 법무법인 여온) |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의 도움을 받는 과정까지 모두에게 똑같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낯선 나라의 법률제도 앞에서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자리한 ‘법무법인 여온’을 취재하게 된 것도 이러한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민사·형사·가사·행정 분야를 다루면서도 재외동포와 외국인 근로자, 사회적 약자의 법률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2023년 설립된 법무법인 여온의 이름에는 ‘더불어 여(與)’와 ‘따뜻할 온(溫)’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함께하며 따뜻함을 나누겠다는 뜻이다. 유영규 대표 변호사는 성경 잠언 31장 8절의 말씀을 법인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입을 열라는 가르침이다.
사회학을 공부한 청년, 법률가의 길을 걷다
유 변호사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개인적인 가족 배경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후 공군 장교로 복무했고, 전역을 앞두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했다.
“처음부터 대단한 가치나 비전을 갖고 변호사가 된 건 아니에요. 정해진 조직 안에서 일하는 회사원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법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은 그의 직업관을 바꿔놓았다. 사건 기록 뒤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삶이 있었고, 법률 분쟁은 때로 생존과 가족의 문제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변호사라는 직업이 본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다시 떠올린 것이 잠언 31장 8절이었다. 유 변호사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2023년 법무법인 여온을 설립했다.
“사건을 많이 맡는 것보다 끝까지 책임지는 게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여온의 출발에는 법률시장의 일부 영업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하면서 정작 의뢰인과 담당 변호사 사이의 소통이 부족해지는 모습을 보며 다른 방식의 법률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 변호사가 강조하는 운영 원칙은 명확하다. 처음 상담한 변호사가 사건의 진행 과정까지 책임지고 살피는 것이다.
“저희는 상담하는 변호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을 책임지고 진행합니다. 사실 특별한 장점이라기보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월별 사건 수임 규모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절하려 한다. 사건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개별 의뢰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화려한 경력이나 외형적인 규모보다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전문성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법률서비스의 경쟁력은 광고가 아니라 의뢰인과의 소통, 책임 있는 대응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법의 보호가 절실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
유 변호사가 최근 맡은 사건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관련 사건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의 임원과 발달장애 여성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피해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 오랫동안 딸과 단둘이 생활하던 아버지는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봄옷을 사주려고 함께 백화점에 갔다가 그제야 배가 부른 것을 확인하셨다고 해요. 이후 출산까지 이어졌고 가족의 생계도 어려워진 상황이었습니다.”
법무법인 여온은 피해자 가족이 충분한 법률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공익적 차원에서 변론을 맡았다. 인터뷰 당시 유 변호사는 관련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이며,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건의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진행 중인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도 법률적 보호가 충분히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한국에 입국한 지 이틀 만에 산업재해로 숨진 몽골 국적 근로자의 사례다.
고인은 국내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한국의 법률제도에 익숙하지 않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법무법인 여온은 유족을 위해 법률적 조력을 제공했다.
“한국에 온 지 이틀 만에 사고를 당하신 분이었어요. 유족들은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전혀 모르고 계셨죠.”
유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법률적 대응을 통해 유족은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는 몽골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금액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떤 보상도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낯선 나라의 제도 앞에서 막막했던 유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유 변호사는 법률서비스의 질적 발전을 위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계약 관계도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소개한 사례는 다른 법무법인과의 위임계약을 중도 해지한 의뢰인의 수임료 반환 분쟁이다. 해당 의뢰인은 지급한 보수를 충분히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법무법인 여온은 반환 청구 소송을 맡았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은 항소심까지 이어졌으며 의뢰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의뢰인이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다시 그 변호사와 법적 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개선 방안으로 위임 보수를 별도의 신탁재산으로 관리하고, 실제 업무 진행 정도에 따라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의뢰인이 수임료 전액을 법률사무소에 직접 지급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보수가 정산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유 변호사는 이러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의뢰인의 권익 보호와 법률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전 세계 재외동포를 위한 법률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법무법인 여온이 앞으로 주목하는 영역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 변호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약 700만 명 규모의 재외동포들이 한국에서 겪는 법률 문제를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국내 부동산과 상속, 가족관계, 재산 분쟁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지만, 거리와 제도적 차이 때문에 법률 절차를 직접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법무법인 여온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한인사회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호주 상공회의소나 한인회와도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고, 베트남과도 관련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사건을 넘어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들이 한국의 법률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률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내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고 싶다는 말을 바꾸고 싶어요”
유 변호사의 관심은 법률사무소 운영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별도의 기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포용적 금융 솔루션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의 출발점에는 가족의 경험이 있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성장하며 장애인 가족이 겪는 돌봄과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내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녀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 유 변호사는 이러한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법률적·기술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운영하는 별도 기업은 발달장애인과 인지적 취약계층의 금융생활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공익적인 의미도 크지만 앞으로 관련 서비스 시장은 더욱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법률과 기술을 결합해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면 사업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그가 또 다른 영역에서 도전하는 목표다.
좋은 변호사를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유 변호사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분명하다. 법률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다급한 마음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기보다 충분히 상담하고 비교하라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분쟁에 휘말리면 누구나 불안해진다. 광고나 사무실 규모, 지인의 소개만 믿고 서둘러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번 사건이 진행되면 이후 대리인을 변경하거나 잘못된 대응을 바로잡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최소한 세 명 이상의 변호사를 만나 깊이 있는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비교하고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는 상담 과정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변호사의 시각과 설명 방식, 예상되는 쟁점과 대응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여온 역시 상담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충분한 설명과 깊이 있는 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법의 무게를 아는 사람, 그 너머의 삶을 바라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유영규 대표 변호사가 처음 꺼냈던 성경 구절이 다시 떠올랐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입을 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법무법인 여온의 설립 철학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들렸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질수록 그 문장이 유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고, 어떤 방식으로 법인을 운영하며,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설명하는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달장애 피해자를 대리하는 일과 낯선 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이주민 유족을 돕는 일, 법률서비스의 보수 체계를 개선하자는 제안, 발달장애인의 금융생활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이 놓여 있다.
유 변호사는 처음부터 거창한 사명감으로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조금씩 구체화해 왔다는 설명이었다. 그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물론 법률서비스의 가치는 따뜻한 말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정확한 법률적 판단과 책임 있는 사건 처리, 의뢰인과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유 변호사 역시 사건 수임을 조절하고 담당 변호사가 끝까지 책임지는 운영 방식을 통해 그 원칙을 지키려 한다.
2023년 출발한 법무법인 여온이 앞으로 어떤 성장을 이룰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국내 법률서비스의 기본을 지키면서 재외동포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문성을 넓혀가겠다는 방향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법이 필요한 순간,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권리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더불어 따뜻하다’는 이름의 의미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의 삶에서 구체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 여온의 주요 업무와 법률 상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운영 중인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lawfirmon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