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집 아이는 벌써 문장으로 말하는데 우리 아이는 단어 몇 개밖에 못 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노는 시간이 많은데 조금 더 기다려 봐도 될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해보는 고민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역시 또래 아이들과 생활하는 과정에서 “조금 느린 것인지, 한 번 더 살펴봐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을 자주 만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의 발달에는 분명 개인차가 있다. 그러나 개인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우려를 무조건 기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두 가지 행동만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성장과 변화, 여러 발달영역, 가정과 교육기관에서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발달이 조금 느리다고 모두 발달지연은 아니다
아이들은 같은 나이라도 성장 속도가 모두 같지 않다. 어떤 아이는 걷기가 빠르고 언어가 조금 늦을 수 있으며, 다른 아이는 말을 일찍 시작하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발달 과정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또래 아이 한 명과 비교해 “우리 아이가 늦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이들은 다 다르니까 기다리면 된다”는 말만으로 지속적인 발달 우려를 넘기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안내하는 우리나라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도 발달평가와 상담을 중요한 검진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현재 영유아 건강검진은 6세 미만을 대상으로 총 8회 실시되며, 발달평가는 생후 9~12개월 이후 여러 검진 시기에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즉 발달은 한 번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발달 관찰’과 ‘발달검사’, ‘진단’은 서로 다르다
부모와 교사가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개념이 있다. 발달 관찰, 발달선별검사, 전문적인 진단평가는 같은 것이 아니다.
발달 관찰은 아이가 일상에서 어떻게 말하고, 움직이고, 놀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발달선별검사는 표준화된 문항을 이용해 또래와 비교했을 때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그리고 선별검사에서 우려가 확인됐다고 해서 바로 발달장애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K-DST)는 생후 9~71개월 아동을 대상으로 대근육운동, 소근육운동, 인지, 언어, 사회성, 자조 등 6개 영역을 평가하는 부모작성형 검사다. 보건복지부는 K-DST가 어디까지나 선별평가이며 발달지연 확진을 위해서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검사 결과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반대로 가볍게 넘길 필요도 없다.
부모는 무엇을 관찰하면 좋을까
아이의 발달을 살필 때 특정 행동 하나만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의사소통
단어 수만 세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요구와 관심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본다. 말이 많지 않더라도 손짓이나 표정, 소리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려 하는지, 다른 사람의 간단한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는지도 중요하다.
사회성
부모나 교사,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즐거운 경험을 함께 나누려 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낯가림이나 성격적 특성 하나만으로 사회성 발달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놀이
장난감을 단순히 반복해서 조작하는지뿐 아니라, 놀이 방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운동
걷기나 뛰기 같은 대근육 활동뿐 아니라 작은 물건을 집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소근육 활동도 발달 과정의 일부다.
일상생활
식사, 옷 입기, 정리하기 등 연령에 따라 스스로 해보려는 행동 역시 아이의 적응과 자조 발달을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교사의 관찰이 중요한 이유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는 부모와는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본다. 집에서는 편안하게 말을 많이 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거의 의사표현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가정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여러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상황에서는 활동 전환이나 또래관계에 큰 어려움을 보일 수도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도 발달 감시에서 부모의 우려, 발달력, 직접 관찰, 위험요인과 강점 등을 함께 살피도록 권고하며, 필요한 경우 보육·교육 전문가가 관찰한 정보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모와 교사의 의견이 다를 때는 “누가 맞는가”를 따지기보다 “아이에게 어떤 환경에서 어떤 행동이 나타나는가?”를 비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이런 변화는 한 번 더 살펴보자
한 가지 행동만으로 발달 문제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단순히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말만 반복하기보다 발달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 부모나 교사가 지속적으로 발달에 대한 우려를 느낄 때
- - 이전에 하던 행동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뚜렷하게 줄어들 때
- -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놀이·운동 등 여러 영역에서 함께 어려움이 관찰될 때
- - 가정과 교육기관 모두에서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될 때
- -발달상의 어려움 때문에 또래관계나 일상생활 참여가 크게 제한될 때
미국 CDC도 발달이정표 체크리스트 자체는 선별검사나 진단도구가 아니며, 발달 우려가 발견되면 표준화된 선별검사나 추가 평가로 이어져야 한다고 안내한다.
정기검사 시기가 아니더라도 걱정되면 확인할 수 있다
발달검사는 정해진 시기에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AAP는 모든 아동에게 정기적인 발달 감시를 실시하고, 일반 발달선별검사는 9개월, 18개월, 30개월에 실시하도록 권고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은 18개월과 24개월에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나 전문가가 다른 시기에 발달 우려를 발견한 경우에는 정기검사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추가 선별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미국의 진료지침이므로 국내 검진 일정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원칙은 같다.
| 걱정이 있다면 ‘다음 검사 때까지 기다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부모와 교사가 기록하면 발달평가에 도움이 된다
아이의 발달이 걱정될 때 “말이 좀 늦어요”, “친구하고 잘 못 놀아요”라는 표현만으로는 상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이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 언제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는가
- - 어떤 상황에서 행동이 나타나는가
- -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가
- - 집과 어린이집에서 모습이 같은가
- - 최근 새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인가
- - 이전에 하던 행동 가운데 줄어든 것은 없는가
이런 자료는 부모와 교사가 대화할 때뿐 아니라 발달검사나 전문평가를 받을 때도 아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발달검사는 ‘아이를 분류하는 검사’가 아니다
발달검사에 대해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는 검사 후 아이에게 어떤 ‘이름’이 붙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선별검사의 중요한 목적은 진단명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K-DST에서 ‘심화평가 권고’가 나온 경우 이를 발달지연의 확진이 아니라 발달이 늦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다음 평가가 필요한 단계로 설명한다.
따라서 발달검사를 “우리 아이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시험”으로 보기보다 “현재 잘 자라고 있는 부분과 조금 더 확인해 볼 부분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치연 박사 “조기발견의 목적은 빨리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돕는 것”
심리·발달검사를 개발하고 아동의 발달·행동지원 분야를 연구해 온 윤치연 박사는 부모와 교사의 지속적인 관찰을 강조한다.
|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또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문제를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개인차라는 말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지속적으로 느끼는 우려를 오랫동안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 “조기발견의 목적은 아이에게 빨리 진단명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아이가 가진 강점을 살리면서 필요한 환경과 지원을 더 일찍 제공하는 것입니다.” |
모바일 심리검사 플랫폼 단디 등을 운영하는 ㈜마음알지도 발달검사와 심리검사를 단순 점수 확인에 그치지 않고 보호자·교사의 관찰과 실제 지원으로 연결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기다림과 관찰은 다르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는 것과 아이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시간을 주는 것은 다르다. 발달이 조금 늦어 보인다면 부모와 교사가 먼저 관찰한 내용을 나누고, 아이가 새롭게 습득하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표준화된 발달선별검사를 활용하고, 결과와 지속적인 우려에 따라 전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아이의 발달을 살피는 가장 좋은 질문은 “다른 아이보다 빠른가, 느린가?”만이 아니다.
|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조금 더 도와주면 좋을까?” |
이 질문이 아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 아이마다 발달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가 지속적인 우려를 느끼거나 여러 발달영역에서 어려움이 반복될 경우 단순히 기다리기보다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발달선별검사나 전문평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발달검사는 진단 그 자체가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첫 단계다. |
MIND24 부모·교사 체크포인트
- - 최근 새롭게 할 수 있게 된 행동이 있는가
- - 의사표현 방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가
- - 부모·교사·또래에게 관심을 보이는가
- - 놀이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가
- - 운동과 일상생활 능력이 발달하고 있는가-
- - 집과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비슷한 어려움이 나타나는가
- - 이전에 하던 능력이 뚜렷하게 줄어들지는 않았는가
※ 한두 항목만으로 발달지연이나 장애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관찰과 필요한 경우 표준화된 선별·전문평가가 중요하다.
<기사 참고자료>
- - 보건복지부 영유아 건강검진 및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K-DST) 안내
-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 Developmental Surveillance and Screening
- - U.S. CDC, Developmental Milestones / Act Ear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