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원유의 숨통인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이란이 다시 빗장을 걸었다. 이란 안보 사령탑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의 답이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곱 가지 조건을 모두 들어줘야만 해협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곱 줄에는 전쟁 중단과 동결 자산 반환에서 시작해 전쟁 배상과 미군 철수까지가 담겼다. 카타르의 중재로 협상은 이어지고 있지만, 해협의 문은 여전히 조건이라는 일곱 개의 자물쇠에 묶여 있다.
아홉 달째 이어진 전쟁과 막힌 해협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아홉 달째로 접어들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큰 몫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그사이 막혔다가 열리기를 되풀이했고, 미국은 이란 남부 항구를 해상 봉쇄하고 있다. 카타르가 중재에 나섰고,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대화 재개를 제안하는 서한을 이란에 보냈다. 이란은 카타르를 통해 일곱 가지 조건을 미국에 건넨 상태다.
"빠짐없이 답하라, 그래야 연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흐센 레자이 사무총장은 3일 X에 글을 올려, 이란의 권리와 요구에 대한 미국의 답이 설득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일곱 가지 조건에 빠짐없이, 분명하게 답하고 이를 이행할 때만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란 정부는 조건 목록에 번호를 붙여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 다만 이란 외무부 고위 관리와 중재 경로를 인용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금 테이블 위에 놓인 일곱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레바논과 예멘 등 중동의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멈추는 것이다. ▶둘째,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을 풀어 주는 것이다. ▶셋째, 이란 석유 부문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넷째, 이란 남부 항구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를 끝내는 것이다. ▶다섯째, 전쟁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다. ▶여섯째, 이란 국경 주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일곱째, 이란에 대한 위협과 내정 간섭을 끝내는 것이다.
목록을 들여다보면 이란의 계산이 보인다. 앞의 네 가지는 전쟁과 경제 봉쇄를 멈추라는 요구다. 뒤의 세 가지는 전쟁의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보장하라는 요구다. 해협은 그 모든 요구를 지렛대로 쥔 손이다. 다만 목록은 시기와 매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해졌다. 9월에 알려진 판본에는 이란 영토에서의 공격과 암살 중단, 반체제 세력 지원 중단, 해협 재개방이 들어 있었다. 10월 이후 보도에서는 배상금과 미군 철수, 핵·미사일 능력에 간섭하지 말라는 요구가 전면에 섰다.
게슘섬 타격 다음 날
레자이의 글은 긴장이 다시 높아진 직후에 나왔다. CBS 방송에 따르면 미군은 2일 혁명수비대가 미군 항공기에 사격하자 대응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 게슘섬에 제한적인 타격을 가했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공이 미국 쪽에 넘어가 있다고 했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협상이 매우 집중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모든 것이 워싱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언론은 미국이 카타르가 이란에 건넨 양해각서 초안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란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우라늄 농축에 대한 양보를 협상의 전제로 요구해 왔다.
일곱 줄에 걸린 해협의 문
해협의 문은 이제 협상 테이블 위의 일곱 줄에 걸려 있다. 미국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세계 유가와 걸프의 하늘, 그리고 해협 앞에 발이 묶인 선원들의 내일이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