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어드는 시외버스터미널…지방의 교통망이 흔들린다

고속버스 이용객 20년 새 58% 감소…지역 간 이동권 위기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전국 각지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한때 수많은 승객이 오가며 지방과 수도권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해온 이곳에서도 시외버스 이용객 감소라는 시대적 변화를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서울의 대형 터미널보다 지방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일부 지방 터미널은 이용객 감소와 경영난으로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의 쇠퇴는 단순히 버스 이용객이 줄어드는 현상이 아니다.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교통수단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방의 기본적인 교통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의 자료를 인용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1억1,839만 명으로 2005년 2억8,337만 명보다 58.2%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2억4,627만 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국가 이동성 진단 결과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고속·시외버스 노선 수는 4,859개에서 3,125개로 3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운행횟수는 24.8%, 정류장 수는 18.1% 줄었다. 이용객 감소가 운행 축소로 이어지고, 줄어든 운행 편수가 다시 이용객의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외버스 이용객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다. 자가용 보급 확대와 고속철도 및 광역교통망 발달로 장거리 이동수단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여기에 지방의 인구감소와 청년층 유출,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이동 수요가 겹치면서 시외버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특히 군 단위 농어촌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철도망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시외버스가 수도권이나 인근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경우도 적지 않다. 터미널 이용객이 줄어들면 매표소와 식당, 매점 등 주변 상권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터미널의 쇠퇴가 지역 중심상권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북 울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터미널의 경영난과 폐업 문제가 지역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시외버스 노선 축소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자가용 운전이 어렵거나 철도를 이용하기 힘든 주민들이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어촌에서는 시외버스가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도시 병원에 진료받으러 가거나, 타지에 사는 가족을 만나고, 행정·금융 업무를 보기 위해 이동할 때 반드시 필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버스가 하루 여러 차례 운행하던 지역에서 운행횟수가 줄어들면 주민들은 출발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환승이 불편해지고 이동시간이 늘어나면서 일상생활의 제약도 커진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에서도 인구감소지역은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가정할 경우 대중교통을 통한 지역 간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외버스의 존폐 문제가 곧 국민의 기본적인 이동권 문제임을 보여준다.

 

시외버스는 민간 운송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승객이 감소하면 적자가 누적되고, 사업자는 운행횟수를 줄이거나 노선 폐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노선을 계속 없앤다면 지방 주민의 이동권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수 교통노선에 대한 공적 지원을 확대하고, 농어촌 교통체계를 지역 실정에 맞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과 시외버스의 연계, 공영터미널 운영, 적자 필수노선 지원, 철도·시내버스와의 환승체계 개선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특히 이용객이 적은 지역일수록 단순한 수익성보다는 주민의 생활권과 의료 접근성, 지역 간 연결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 지방의 시외버스터미널은 지역의 관문이자 만남의 장소였다. 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이 버스를 탔고,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시장과 상가가 터미널을 중심으로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일부 지방 터미널은 승객보다 빈 의자가 더 익숙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주거, 의료, 교육뿐 아니라 지역을 오갈 수 있는 교통망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한 대의 시외버스는 단순히 승객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차량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고,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생활의 통로다. 시외버스터미널의 쇠퇴를 단순한 운송산업의 구조조정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지방의 교통망을 지키는 것은 결국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성 2026.10.17 11:42 수정 2026.10.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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