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님들에게서 반복해서 듣는 고민이 있다. 진료는 바쁘고 매출도 생기는데, 세금과 각종 수수료, 마케팅비를 내고 나면 정작 남는 돈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신환 감소와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 불안은 커진다. 그래서 상담의 첫 질문은 종종 ‘세금을 더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가 된다.
그 질문에 곧바로 절세 제도의 이름을 답하고 싶지는 않다. 원장님이 원하는 것은 세금 고지서의 숫자만 작아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고도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쓸 돈과 시간이 남는 것. 병원절세를 논의할 때 먼저 확인해야 할 목표다.
같은 매출을 올리는 병원도 속사정은 다르다. 인건비와 임차료가 큰 병원이 있는가 하면, 장비 할부나 대출 상환 부담이 큰 병원도 있다. 광고비는 늘었는데 예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막혀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세무 신고만 들여다보면 돈이 부족한 이유의 일부만 보게 된다.
장부상 이익과 통장 잔액은 서로 다른 숫자다. 장비를 구입하면 현금은 먼저 나가지만, 세무상 비용은 감가상각 등을 통해 나누어 반영될 수 있다. 대출 원금 상환도 통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지만, 그 상환 자체가 필요경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손익표 옆에 자금의 입출금과 상환 일정을 놓고 보아야 하는 이유다.
절세를 위해 지출을 늘리는 선택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비용이 인정되어 세금이 줄어들더라도 지출한 돈 전부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진료에 필요하지 않은 장비나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광고를 세금 때문에 유지한다면, 세금은 줄어도 병원에 남는 돈은 더 적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필요한 지출까지 줄이자는 뜻은 아니다. 이미 쓰고 있는 비용이 제대로 기록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의 필요경비는 사업 관련성과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판단한다. 사업용 카드로 결제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생활비가 병원 경비로 바뀌지는 않는다. 반대로 실제 업무에 쓴 비용은 거래의 목적과 내용을 설명할 자료를 갖추어 누락 없이 검토해야 한다.
영수증을 모으는 일과 거래를 설명할 수 있는 상태는 다르다. 외주업체에 지급한 수수료라면 무엇을 맡겼는지, 어떤 결과물을 받았는지, 누가 언제 지급했는지를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좋다. 적격증빙의 수취 의무와 비용 인정 여부도 구분해서 확인해야 한다. 서류 한 장이 모든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원장과 실무 담당자, 세무대리인이 같은 자료를 놓고 확인하는 시간을 권한다. 이번 달에 얼마를 벌고 어디에 썼는지, 장부에 아직 반영하지 못한 거래는 없는지, 다음 납세와 상환 때 쓸 돈은 준비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매출표와 장부, 통장이 맞지 않는다면 차이가 생긴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절세 방안을 검토할 때도 병원의 실제 운영과 연결해야 한다.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지, 도입과 유지에 얼마가 드는지, 이후 누가 자료를 관리할지까지 정해야 한다. 예상 절세액은 커 보이는데 지속적으로 운영할 인력이나 현금이 부족하다면 실행 순서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별 세무 판단은 세무대리인과 확인하되, 그 판단에 필요한 병원의 사정을 정리하는 일에는 원장도 참여해야 한다.
나는 보험과 은행 닥터론, 증권 업무를 거치며 종합재무설계를 지향해 왔다. 지금 절세를 중심으로 병원을 돕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세금만 줄이고 투자와 보험, 대출과 병원 운영이 따로 움직인다면 원장이 원하는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지기 어렵다. 각각의 선택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함께 보아야 한다.
진료를 더 많이 해야만 버틸 수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 원하는 진료와 삶을 선택할 여유를 만드는 것. 내가 생각하는 병원 재무관리의 목적이다. 절세도 그 목적을 돕는 수단이어야 한다.
다음에 절세 상담을 받을 때는 질문을 하나 더 보태면 어떨까. ‘우리 병원은 세금을 낸 뒤에도 필요한 돈이 남도록 운영되고 있습니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줄여야 할 세금과 고쳐야 할 경영의 문제가 비로소 구분되기 시작한다.

도움말 : 더파운트 이우창 대표
19년간의 고객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경영과 재무를 함께 살피는 더파운트 대표.
고객이 경제적 자유를 통해 원하는 진료와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