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윤주하기자] 미국 백악관이 중간선거 패배 이후 보수단체 3000여 곳에 성명과 언론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문구를 담은 메모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악관은 위협이 아니라 지지층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1월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외부 단체와 소통하는 백악관 대외협력실은 이날 3000곳이 넘는 보수단체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중 성과를 정리한 메모를 발송했다. 주요 보수단체 두 곳의 대표도 메모를 받았다고 밝혔다.
메모에는 민주당이 새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에는 “늘 그렇듯 우리는 귀 단체의 성명과 보도자료, 언론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넣고 노란색으로 강조했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은 뒤 당내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 나온 메시지다.
백악관 대변인은 메모가 외부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며 위협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대외협력실이 과거에도 비슷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보수 진영의 결속을 유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WSJ가 확인한 과거 이메일에는 이번과 같은 모니터링 문구가 없었다. 10월 1일 발송된 이메일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명과 기고문, 언론 활동 등을 백악관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백악관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단체들의 발언을 모니터링하는지, 비판적인 발언에 불이익을 주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모 발송에 앞서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물가 부담과 관세정책, 이란 전쟁을 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는 비판이 이어졌다.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무당파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까지 대통령과 의회를 심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선거 결과를 “워터게이트급 심판”이라고 표현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따른 공화당의 정치적 타격에 빗댄 것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물건값을 지나치게 비싸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이란 전쟁도 너무 오래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납세자보호연합 역시 관세정책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공화당 지지율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낙태 반대 단체인 ‘수전 B. 앤서니 프로라이프 아메리카’는 다른 쟁점에서 지도부의 책임을 물었다. 마조리 대넌펠서 회장은 행정부가 낙태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은 점을 종교적 유권자의 저조한 투표 참여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존 커티스 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당이 ‘원칙 있는 보수주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전쟁과 잇따른 스캔들, 40조 달러로 불어난 국가부채,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정책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란 전쟁의 정치적 비용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사이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패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밴스 부통령은 전쟁으로 상원 다수당을 잃은 것이 감수할 만한 대가였는지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노선을 유지할지, 전통적 보수주의 가치로 돌아갈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