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90만 달러가 겨눈 초전도 큐비트 제조 병목
2026년 11월 기준, 공개 자료로 확인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양자 투자 가운데 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거대한 양자컴퓨터 완성품이 아니라 원자 몇 층 두께의 접합부다. UC 샌타바버라(UC Santa Barbara, UCSB) 연구진이 참여한 '제조 가능하고 탄력적인 초전도 양자 정보 시스템(MARQUIS·Manufacturable and Resilient Superconducting Quantum Information Systems)' 연구소는 5년간 2,790만 달러를 지원받아 초전도 큐비트(qubit)의 핵심 부품인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을 다시 설계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 투자는 양자컴퓨팅 경쟁이 알고리즘과 클라우드 서비스 홍보전에서 소재·공정·수율 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신호다.
산업·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무게는 연구비 총액보다 연구 대상에 있다. 오늘날 대다수 초전도 양자 시스템은 두 알루미늄 층 사이에 극도로 얇은 산화알루미늄 층을 둔 조셉슨 접합 구조에 기대 왔다. UC Santa Barbara News 보도에 따르면 이 기본 설계는 약 25년 동안 큰 틀에서 유지됐다.
한 세대 가까운 기간 동안 동일한 핵심 구조가 지속됐다는 사실은 안정성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확장 한계의 증거다. 양자컴퓨터 시장이 실험 장비에서 산업 인프라로 넘어가려면 '더 많은 큐비트'보다 '반복 생산 가능한 낮은 오류율'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프린스턴대가 주도하는 MARQUIS에는 9개 기관, 약 24개 연구실이 참여한다. 재료 과학, 양자 장치, 반도체 공정 연구진을 한데 묶은 구성이 특징적이다.
이는 양자컴퓨팅의 병목이 단일 물리학 난제만이 아니라 제조 생태계 전반의 조정 문제라는 판단을 반영한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초전도 회로 분야 선구자인 미셸 드보레(Michel Devoret) UCSB 물리학 교수, 원자 규모 물질 거동을 계산으로 분석하는 크리스 반 데 발레(Chris Van de Walle) 허버트 크뢰머 석좌교수, 복합 재료 성장·특성화 전문가 크리스 팜스트룀(Chris Palmstrøm) 석좌교수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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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물리와 반도체 제조 문법을 한 프로젝트 안에서 결합하겠다는 구상이 인적 구성에서부터 드러난다. 드보레 교수의 발언은 이 연구가 왜 지금 산업적 의미를 갖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UC Santa Barbara News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에 이르러서야 다른 모든 가능한 고장 모드를 완화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이제 최고의 접합을 만드는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초전도 양자컴퓨팅이 단순히 더 빠른 칩을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결함 원인을 하나씩 제거한 뒤 마지막 병목을 겨냥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를 담는다. 반도체 산업에서 트랜지스터 구조 변화가 설계 기업, 장비 기업, 소재 기업의 가치 배분을 흔들었던 것처럼, 양자 하드웨어에서도 접합 기술은 향후 공급망의 가격 결정력을 좌우할 수 있다.
조셉슨 접합은 초전도 큐비트가 양자 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데 관여하는 핵심 요소다. 접합부의 재료 결함, 계면 품질, 두께 균일성은 큐비트의 오류율과 직결된다.
유용한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양자컴퓨터는 오류 수정(error correction)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오류 수정은 물리 큐비트의 품질이 낮을수록 더 많은 하드웨어 자원을 요구한다. 따라서 접합 개선은 단순 부품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동일한 오류 보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규모, 냉각 비용, 제어 전자장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바로 조셉슨 접합 개선에서 비롯될 수 있다.
조셉슨 접합 개선이 양자 산업 공급망을 바꾸는 이유
이 지점에서 2,790만 달러라는 숫자는 벤처 투자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NSF의 5년 지원은 민간 기업이 단기 제품 일정 때문에 감수하기 어려운 기초 공정 리스크를 공공 연구가 떠안는 구조를 만든다.
MARQUIS가 NSF '퀀텀 리프 챌린지 연구소(Quantum Leap Challenge Institutes)' 프로그램의 2억9,000만 달러 규모 자금 지원 라운드에 포함된 8개 연구소 중 하나라는 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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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9,000만 달러 규모 라운드 안에서 8개 연구소를 나눠 지원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양자컴퓨팅을 단일 스타 기업의 승부가 아니라 국가 연구 포트폴리오로 관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중 3개 연구소에 UCSB 연구자들이 참여했다는 대목은 특정 대학·연구 네트워크가 양자 하드웨어 경쟁의 허브 역할을 굳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 보면 이번 투자는 양자컴퓨팅 시장의 경쟁 축을 소프트웨어 접근권 판매에서 하드웨어 신뢰성 확보로 돌려세운다. 지금까지 양자컴퓨팅 기업들은 클라우드 접속, 개발자 생태계, 알고리즘 실험 환경을 앞세워 시장과 투자자를 설득했다. 하지만 산업 고객은 실험적 계산 시연만으로 예산을 장기 배정하지 않는다.
금융, 소재, 제약, 물류 분야에서 의미 있는 계산 성과를 내려면 오류율·가동 안정성·시스템 확장성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조셉슨 접합 연구는 이 세 조건 가운데 하드웨어 기초 체력을 직접 겨냥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국내 반도체·소재·장비 기업이 양자컴퓨팅을 먼 미래의 연구 테마로만 보면 진입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초전도 큐비트는 기존 로직 반도체와 동일한 제품은 아니지만 박막 형성, 계면 제어, 극저온 특성 평가, 공정 균일성이라는 언어를 공유한다.
MARQUIS의 구성이 재료 과학과 반도체 공정을 함께 묶었다는 사실은 향후 양자 하드웨어 공급망에서 소재 분석 장비, 박막 증착, 계측 기술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가 특정 기업의 상용 제품 출시나 매출 전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는 연구소 설립, 참여 기관 규모, 지원 금액, 연구 목표를 확인해 줄 뿐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 관점에서도 과열된 기대와 구조적 변화를 구분해야 한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대규모 상업 매출을 안정적으로 내는 산업이라기보다 기술 병목을 제거하는 과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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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단기 주가 재료보다 공정 표준, 소재 검증, 특허 포트폴리오, 대학·국책 연구소와의 협력망이 더 실질적인 관찰 지표다. 특히 조셉슨 접합 같은 기반 부품 연구는 한 번의 논문 성과로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렵지만, 제조 가능성이 확인되는 순간 장비·소재·설계 기업의 협업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공정 노드 전환이 장기간의 장비 검증과 소재 교체를 동반했듯, 양자컴퓨팅도 연구실 성능보다 반복 제조 능력이 시장 진입권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반도체·소재 기업에 열리는 장기 투자 신호
물론 반론도 있다. 조셉슨 접합 하나를 개선한다고 해서 상용 양자컴퓨터가 바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반론은 타당하다. 양자컴퓨터에는 큐비트 제어, 극저온 냉각, 배선, 소프트웨어 스택, 오류 수정 코드 등 여러 층위의 난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반론이 간과하는 부분은 병목의 위치다.
시스템 전체가 복잡할수록 가장 기초적인 물리 부품의 품질이 전체 비용 구조를 지배한다. 접합부 오류가 줄어들면 오류 수정에 필요한 자원 부담이 낮아지고, 이는 시스템 설계 여지를 넓힌다.
산업화는 한 번에 완성되는 사건이 아니라 병목을 제거하는 순서의 게임이다. 이번 MARQUIS 프로젝트는 양자컴퓨팅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가 '누가 가장 큰 큐비트 수를 말하는가'에서 '누가 제조 가능한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쌓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NSF의 5년 지원, 9개 기관과 약 24개 연구실의 결합, UCSB 석학들의 참여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기업이 이 흐름에서 얻을 교훈은 단순하다. 완성형 양자컴퓨터 기업을 찾는 일보다 양자 하드웨어가 요구하는 소재·공정·계측의 빈틈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다음 기술 패권은 화려한 시연 영상보다 원자층 계면을 일정하게 만드는 능력에서 갈릴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이 조용한 병목 경쟁에 얼마나 빨리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이 기사는 UC Santa Barbara News의 "UCSB researchers help lead effort to rebuild Josephson junctions, a key component of quantum computers"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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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조셉슨 접합 연구가 일반 기업의 사업과 연결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A. 조셉슨 접합은 초전도 큐비트의 핵심 부품으로, 양자컴퓨터의 오류율과 확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공개 자료상 MARQUIS는 특정 기업 제품 출시를 발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초 부품과 제조 가능성 개선을 목표로 한 연구소다. 그러나 이 연구가 성과를 내면 박막 공정, 계면 분석, 극저온 평가 장비를 다루는 기업에 장기 협력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기업은 단기 매출보다 대학·국책 연구 네트워크와의 기술 접점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Q. 이번 NSF 지원 규모 2,790만 달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A. MARQUIS는 5년간 2,790만 달러를 지원받는 연구소이며, NSF의 퀀텀 리프 챌린지 연구소 프로그램 내 2억9,000만 달러 규모 자금 지원 라운드에 포함됐다. 이 금액은 민간 대형 투자와 비교하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 기초 공정 연구에는 의미 있는 안정성을 제공한다. 9개 기관과 약 24개 연구실을 묶는 구조는 단일 연구실의 단기 성과보다 제조 생태계 구축 자체에 초점을 둔다. 투자자는 이 금액 자체보다 미국이 양자 하드웨어 병목을 국가 연구 포트폴리오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구조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Q. 한국 반도체 기업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A. 공개 자료만으로 특정 한국 기업의 참여나 수혜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양자 하드웨어는 박막, 계면, 소재 순도, 계측, 극저온 특성 평가 같은 반도체 산업의 기반 역량과 맞닿아 있다. 한국 기업은 완성형 양자컴퓨터 시장 진입만 바라보기보다 소재·장비·공정 검증 영역에서 국제 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기술 목록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다. 장기적으로는 양자 전용 공정 표준과 평가 방법을 선점하는 기업이 공급망에서 더 강한 협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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